군 복무 시절 BOQ(독신자 숙소)에서 밥을 해 먹을 때 종종 사용했던 쿠쿠 전기밥솥이 가끔씩 시골 농막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시골 농막은 컨테이너로 구성돼 있는데 내외장재가 대부분 저렴한 자재로 시공돼 있어 단열과 기밀성이 취약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어떻게 들어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때때로 천정이나 벽부쪽으로 새나 쥐가 침투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인기척을 내거나 고양이 성대모사를 하지만 그때뿐이다.
발포성 우레탄폼을 침투 부위에 시공을 해보기도 하지만 큰 효과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훼손돼있고 이미 구멍이 나있는 상태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멘트로 해당 부위를 메워버리는 것이다. 보통 컨테이너의 바닥은 얇은 합판으로 구성돼 있어 그것을 갉아먹고 침투해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느 때처럼 과수원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농막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자꾸 벅벅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인기척을 내보고 야옹야옹 고양이 소리도 내보았지만 계속 동일한 소리가 났다. 순간 아뿔싸 또 뚫렸구나. 뚫렸어. 이런 탄식이 나왔다.
밥이 어느 정도 익었나 전기밥솥을 확인해보려던 순간 모든 의문과 걱정이 말끔히 해소되었다. 컨테이너 천정이나 벽에서 들린다고 생각했던 그 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밥솥이었다.
밥솥의 수증기 배출구를 살펴보니 밥 끓는 소리가 벽을 긁는 소리와 굉장히 유사했다. 완벽한 전기밥솥의 연기에 모두가 감쪽같이 속아버렸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전기밥솥을 쓴 적이 없어서 전기밥솥의 특성을 다들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당시 전기밥솥 소리 덕분에 배꼽이 빠지도록 웃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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