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외할머니 회갑 잔치 때 정말 신기한 음식을 본 적이 있었다. 맛 또한 어린이 입맛에도 맛있고 훌륭했다. 그런데 모양새가 참 신기했다.
이름하여 쪽파 강회라는 음식이었다. 오징어와 쪽파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오징어를 쪽파로 둘둘 감아서 매듭을 지어주고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음식이었다. 오징어가 없으면 게맛살이나 당근 등이 추가로 들어갔다.
그 당시 어린이였던 내가 보기에도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독특했고 완성된 모습 또한 정말 생경했다. 그전까지 이런 종류의 음식을 구경해본 기억이 전혀 없었다. 이른바 컬처 쇼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린이 입맛도 사로잡은 음식이었다.
어린이 입맛엔 쪽파가 맞지 않아서 쪽파를 골라내고 오징어만 초고추장에 찍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오징어는 온데간데없고 덩그러니 쪽파만 남은 채로 수십 개가 널려있었다. 나를 포함한 여러 명의 어린이들 소행이었다. 이 광경을 뒤늦게 본 이모는 도대체 누가 얌체처럼 오징어만 쏙 빼먹고 쪽파만 남기냐며 볼멘소리를 하셨다. 다행히 우리들의 얌체 행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외할머니 회갑잔치에 오신 손님상에 올릴 거라서 외가댁 8남매 가족들이 총동원돼 엄청나게 많은 양의 쪽파 강회를 만들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 그런지 이곳저곳에서 추가 주문이 쇄도하곤 했다.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라 약주를 즐기셨던 어르신들이 특히나 많이 좋아하셨다.
우선 쪽파 껍질을 잘 다듬어주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준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고 얼음물이나 찬물에 살짝 담근 후에 건져내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준다. 쪽파를 데칠 때 굵은소금을 살짝 넣어주면 좋다. 채소의 색감이 살짝 업그레이드 된다.
두루마리 휴지를 말듯이 돌돌 감아준다. 아쉽게 오징어는 준비를 못했다. 더군다나 게맛살도 없었다. 이런 된장... 된장... 된장은 필요치 않았다.
다행히 고추장과 식초는 있었다. 야호^^ 완성된 쪽파 강회,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번지는 별미 중에 별미이다. 다음번엔 오징어와 게맛살을 반드시 준비할 테다. 추억은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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