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피아노배우기 (ft. 독학 피아노연주)
아쉽게도 제대로 다룰 아는 악기가 하나도 없어서 대학교 재학 시절 학원에서 피아노 배우기를 잠시동안 한적이 있다. 동네 근처 피아노학원에 등록을 하였고 주로 동네 꼬마들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었다.
체구만 꼬마였지 사실상 피아노학원에서 실력은 대부분 어른이었다. 오히려 나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꼬마나 다름없었다. 2주 정도는 주야장천 피아노학원에서 코드를 익히기 위해 동일한 코드를 반복적으로 연습하였다.
연습 내내 지루한 코드만을 반복하다 보니 피아노배우기는 커녕 이러다가 코드 연습에 지쳐 다음 달부터는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주 코드도 어느 정도 눈에 익고 연습이 돼서야 드디어 첫 곡 레슨에 들어갔다. 어린이 동요집에도 많이 등장하는 오빠생각이었다.
코드 연습 틈틈이 음표 읽기 이른바 계이름 읽는 연습을 해서 그런지 피아노악보를 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만큼 쉬운 곡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처음 불러보는 동요를 꼭 계이름으로 따라 부르게 하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 당시 계이름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피아노학원을 다녔던 짝꿍이나 친구들은 마치 식은 죽 먹기처럼 쉽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냥 신기했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돼서 느지막이 피아노학원에 다녀보니 3주 만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점점 샵(#)이나 플랫(b)이 붙은 곡들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동안 많이 들어보았던 노래인 과수원길, 고향의 봄, 애국가를 비롯해 대중가요인 J에게까지도 연주할 수 있는 실력에 이르렀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뒤늦게 재능을 발견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J에게는 나보다 3~4개월 먼저 학원에 다니고 있었던 군인 아저씨가 어느 날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레슨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음이 연이어 이어지질 않고 계속해서 끊기고 있었다. 내심 답답한 마음에 그날부터 J에게 연습에 몰두하였다.
음과 리듬은 많이 들어봐서 익숙했지만 피아노악보 해석이 나름 어려웠고 연주 흐름이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연주해보는 대중가요이자 악보라서 한 마디씩을 수십 번 연습해야 했다.
비록 느렸지만 처음으로 피아노악보의 마지막까지 연주를 끝내고 보니 독학 피아노연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악보도 자주 보다 보니 눈에 익고 페달 밟는 것도 익숙해져서 어느새 정상적인 속도로 연주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있었다.
연습을 계속 거듭하다 보니 또 한 번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연주를 하면서 피아노악보 한마디 정도를 앞질러 관찰하고 다음 마디를 보는 여유가 나도 모르게 생겨버린 것이었다. 급기야 나중에는 피아노악보가 필요 없었다.
악보를 굳이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자연히 피아노악보가 떠올랐고 놀랍게도 손가락이 건반 위치와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기억하고 있어서 연주를 하면서 생각이 가능할 정도였다.
이 모든 게 J에게를 2주 동안 맹연습한 동안에 일어난 놀라운 경험들이었다. 이후로 이선희의 J에게는 지금까지 가장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되었다.
아쉽게도 중간에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어 피아노 연주 실력의 진일보는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과 경험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으며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다시 한번 피아노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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