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진 한파의 영향인지 갑자기 보일러에서 따뜻한 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난방 또한 잘 되지 않았다. 지난해 교체한 보일러에 또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신형 보일러로 교체한 다음에 보일러 누전 문제로 AS를 세 차례나 받은 끝에 누전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어서 조금 불안했다.
우선 AS를 의뢰했는데 요즘 보일러 동파 관련 AS가 많았는지 이틀 뒤에나 올 수 있다고 했다. 꼬박 이틀 동안은 전기 온수매트에 의지한 채 기다려야 했다.
바닥 난방이 되질 않으니 방안 공기는 그야말로 얼음장이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입김이 보일 정도였다. 보일러의 증상은 대체로 이러했다. 온수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따뜻한 물의 수압은 졸졸졸 수준이었고 난방 역시 거의 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보일러 배관의 분배기에 에어가 차면 그럴 수 있다고 해서 분배기를 찾아 에어빼기를 해보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진 않았다.
보일러의 온수 출구 부분이 얼어있으면 난방이나 온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 해당 부분도 살펴보았으나 얼어있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이 부분이 얼어있어 드라이기나 열풍기 등을 동원해서 녹이면 해결되지만 원인은 이 부분이 아니었다.
순환펌프 문제인가? 삼방밸브? 아니면 분배기 문제? 바닥 보일러 배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전기적인 문제면 스스로 어느 정도 해결을 할 수 있었으나 생소한 보일러 문제라서 추위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보다는 즉시 보일러 배관 동파 관련 설비업체 전문가를 부르는 편이 나아 보였다.
도착한 지 몇 분 되지 않아서 보일러 쪽과 수도관 쪽을 살펴보더니 아무래도 베란다 쪽 동파이프가 동파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바로 어제도 그리고 지난해에도 우리 아파트 단지에 배관 동파 문제로 여러 번 방문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배관 문제를 속속들이 잘 알고 계셨다.
결국엔 아파트 건설공사 당시에 단열시공이 잘 되지 않은 점이 무엇보다도 컸다. 베란다 쪽 동파이프 상태를 보고 나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열시공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날림 공사 그 자체였다. 지금 거주하는 아파트는 1990년대 중후반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였다. 희한하게 베란다 쪽 배관은 엑셀파이프가 아닌 동파이프로 시공이 되어있었다.
보통 보일러 분배기는 싱크대 안에 숨겨진 경우가 많다. 빨간색의 분배기 밸브를 전부 잠가주고 하나씩 열고나서 그림의 좌상단과 하단에 보이는 밸브를 열어주면서 에어빼기를 시도해 봤지만 허사였다.
나중에 배관설비 전문가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요즘 가스보일러의 대부분은 보일러 자체에서 에어빼기가 자동으로 작동돼 별도의 에어빼기가 필요 없다고 했다.
베란다 쪽 수도꼭지와 연결된 동파이프 배관을 찾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해머드릴이 연신 굉음을 내고 있었다.
드디어 찾은 동파이프 배관, 베란다 쪽으로 공급되는 온수관이었다. 저곳이 문제였다.
다행히 실내 배관에서 동파되진 않았고 베란다 배관쪽에서 동파돼 누수가 되고 있었다.
베란다 쪽 온수 수도꼭지가 있는 벽부를 깨뜨려야 했다.
사진 속의 동파이프에서 동파가 발생해 누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보다시피 동파이프 외부에 단열재가 전혀 없었다.
동파되는 곳을 발견했으나 문제는 저곳을 수리하기 위해선 동관을 교체해야 하는데 누수되는 곳이 벽부 깊숙이 있어서 동관을 교체하려면 작업공간 확보 차원에서 벽부를 조금 더 부서야 했다.
전문가와 상의 끝에 베란다 쪽 온수 배관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실내 쪽 동파이프 배관을 그라인더로 잘라내고 그 부분을 마감해주는 선에서 공사를 마무리했다.
베란다 쪽 온수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베란다 쪽 온수는 크게 사용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희한하게도 실내 쪽 동파이프에는 단열재 시공이 되어 있었다.
실내 쪽 바닥은 몰탈로 마무리를 해주었다. 실내 바닥 쪽 엑셀파이프 동파가 아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만약 실내 바닥 배관 동파면 공사도 비교적 커지고 비용도 훨씬 더 많이 든다.
베란다 쪽 벽부도 몰탈로 미장을 해주었다. 이때부터 온수 수도꼭지는 그냥 장식이었다. 벽부 쪽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 차례 미장 흔적이 있었다. 그전에도 배관 동파 수리 작업이 있었는 듯했다.
한 가지 꿀팁, 만약 난방이 거의 되지 않고 온수도 거의 나오지 않을 경우 보일러 아래쪽을 살펴보거나 배관 순서도를 보면 배관이 4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온수 출구 배관을 찾아 밸브(노란색 동그라미)를 잠가주면 온수는 나오지 않지만 난방은 원활하게 되어 배관업체가 방문할 동안은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날씨가 매우 추울 경우에 동파 방지를 위해 베란다 쪽의 온수와 냉수 모두 조금씩 물을 흘려주는 게 좋다고 하였다. 사진에서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배관이 온수 출구 배관이다.
이 배관을 따라 내려가 보면 오렌지색의 밸브를 볼 수 있다.
그 밸브를 잠가주면 온수는 나오지 않지만 난방은 된다고 한다.
이걸 미리 알았다면 이틀 동안 추위에 떨지는 않았을 텐데... 뒤늦게 안 꿀팁이었다.
작업 중간에도 배관설비 기사분의 전화기가 연신 울려댔다.
이곳저곳에서 동파 문제로 전화가 오고 있었다. 수리비용은 20만 원이었다.
조금 비싼 감이 없지 않았는데 그분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여러 꿀팁도 있었다.
동파가 발생되면 어떤 부품을 사야 되고 어디를 먼저 봐야 하는지도 물어봤는데 친절히 설명도 해주시고 부품명 칭도 일일이 알려주셔서 에누리 없이 드렸다.
앞으로 동파가 발생되지 않아야 하겠지만 만약 동일한 동파가 발생되면 그때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을 듯하다. 보일러 배관 동파 덕분에 군대 혹한기 훈련을 오랜만에 체험해봤다.
'일상재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드민턴 심판 자격증 취득 episode 2(ft. 실전 경기에 임하다) (0) | 2021.02.13 |
---|---|
치즈는 와인과 함께(ft. 까망베르) (4) | 2021.02.12 |
배드민턴 심판 자격증 취득 episode 1(ft. 심판 강습회) (0) | 2021.02.02 |
핑크퐁 아기상어 가사 외우기(ft. 할머니의 노력) (2) | 2020.12.26 |
배당금 높은 주식 투자(ft. 한라홀딩스) (1) | 2020.12.25 |
댓글